그 무서운 내 새끼 자랑하는 수달 아빠 (feat. 엄마 수달) 0023 남한테 참 관심이 없다. 없었다. 별로 궁금한 게 없어서 그러려니 하는 것이 많았다. 관심을 갖고 애정을 쏟는 곳에만 궁금함이 생기곤 했다. 아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고양이 사진 보듯 다 예쁘고 귀엽지만 그게 전부였다. 가까운 친인척의 아이들 정도만 예뻐라 하고 짧은 관심을 가지곤 했었다. 그렇게 살던 나에게 이게 무슨 일인지 결혼도 하게 되고, 아빠가 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아빠가 되어서도 망망대해를 떠돌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엄마 수달의 이야기. 수달은 주로 무리생활을 하기 때문에 새끼를 낳으면 무리에게 새끼를 보여준다고 한다. 진실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무리에게서 같이 보호 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알려주는 것일까? 뭐 많이 다르긴 하지만 같은 포유류에 같은 동물문이니까. 저런 귀여운 행동은.. 2022. 11. 14. 엄마를 닮았나 아빠를 닮았나? 0022 백일이 지나고 나서 매일 매일 아기의 얼굴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느날은 내가 보이기도 하고 아내가 보이기도 하고 엄마가 보이기도 하고 장인 장모님이 보이기도 했다. 내 동생들과 아내의 동생들의 얼굴이 보이기도 했고 심지어는 내 외할머니의 얼굴이 보일 때가 있어서 흠칫 놀라기도 하고 유전자라는 게 이렇게 무서울 수 있구나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 집에서는 나의 애기 때 모습을 알고 있고, 아내의 집에서는 아내의 애기 때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양가에서는 각각 '우리 아들을 닮았네~', '우리 딸을 닮았네~' 이렇게 말했다. 신기하게 그도 그럴 것이 아내의 애기 때 사진이나 나의 애기 때 사진을 보면 서로 닮지 않았지만 딸을 보고 나면 둘의 얼굴이 모두 닮긴 했다. '.. 2022. 11. 10. 백일떡의 (또 다른) 의미 0021 소소하게 슬이의 100일 잔치를 마치고 회사에 아기 백일 기념 떡을 돌렸다. 떡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아빠니까 딸 그립톡을 만들어서 나눠주었다. 자연스레 축하인사가 오고가고 남들은 관심 없을지도 모르는 아기 자랑을 조금하면 답례품(?)을 나눠주는 시간이 짧게 지나갔다. 퇴근 시간이 얼추 다가왔을 때 막내직원이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며 떡을 다 먹었다며 자랑(?)을 해왔고 그립톡도 붙였다며 보여주었다. 정말 붙였을 줄이야ㅋㅋㅋ 기분이 좋았다. 그러면서 사원 친구는 나에게 물어왔다. "근데, '보'는 무슨 의미예요?" 의아했고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보' 라뇨?" ... ... 몇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나서야는 나는 슬쩍 이해했고, 그때 사원 친구는 다시 말했다. "떡에 '보'라고 .. 2022. 11. 5. 우리 아기 백일을 축하해, 계속 건강하자 0020 시간이 흘러 마침내 백일이 되었다. 친구들 다 하는 백일상 우리도 한번 차려보자며 인터넷으로 셀프 백일상을 알아봤다. 백일상을 좀 골라보고 그에 어울릴만한 아기용 한복까지 같이 봤다. 여러 개의 백일상과 여러 벌의 선택지는 나를 선택장애로 이끌었고 무엇을 선택해도 아쉬움이 좀 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소거 하는 방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제거 하고 나니 그나마 맘에드는 스타일 몇개가 남았고 한복을 고르려고 보니 색깔을 선택해야하는 큰 문제가 남았다. 나는 태생이 색깔 고자 (색을 잘 못씀)이기 때문에 조악한 실력이지만 포토샵으로 슬이 얼굴을 슬쩍 합성해서 나름 열심히 고민하고 골라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원했던 한복과 아내가 원했던 한복을 입은 가상 공간에서 펼쳐지는 슬이의 패션쇼를 두어번 정도 .. 2022. 10. 11. 난생 처음 받는 외간 남자의 선물 00019 아주아주 오래된 친구네 가족의 방문이 있던 날. 친구 남편의 한 손에는 아들 준우의 손이 다른 한 손에는 곰이 한마리 들려있었다. 이 무슨... 장난감 말이란 말인가. 준우가 타던 리락쿠마 스프링카라는 녀석이었는데 슬이 준다고 가져왔다고 했다. 저 녀석을 타기엔 슬이는 너무 어린 것 같은데... 과연 슬이는 저 녀석을 언제 타게 될 것인가? 라는 의문과 함께 준우가 아직은 저 곰을 더 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친구는 아들과 잘 이야기해서 들고 온 것이라고 했다. 막 잠이든 슬이 때문에 우리는 조용할 수 밖에 없었고 때마침 주문가 식사가 도착해서 조용한 오찬을 즐기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서로의 근황과 초보 육아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둘째 계획은 있느냐, 애기 .. 2022. 9. 7. 신생아 2차 부정맥 심장검사 0018 생후 2주일도 못되어 검진을 받고 3개월 뒤에 다시 보기로 했던 것이 금새 그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 시간이 다시 오기까지 걱정은 하루하루 희석되어서 우리 아기가 아픈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항상 느끼는 부분이지만 인간은 참 간사하다. 병원을 가기 며칠전이 되어서야 다시금 걱정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많이 좋아졌겠지? 심장에 문제가 있으면 기운이 없고 잘 못 먹고 그런다고 하던데 우리 아기는 가끔 기운이 없어 보이긴 했지만 늘 잘 먹고 잘 싸고 잘 잤기 때문에 많이 좋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눈에 보이는 아기의 모습이 그렇기 때문에 걱정을 좀 덜 하지 않았나 싶다. 병원 검진을 앞두고 걱정되는 부분은 바로 '금식'이었다. 아주 신생아 때와는 다르게 금식한 상태로 초음파 검사를 해.. 2022. 7. 7. 분유포트 세척중엔 보온병을 이용해 주세요 0017 여름날 치곤 해가 슬쩍 가려져서 나들이겸 어린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다녀왔다. 집앞 공원에 나가보는 것이 전부였지만 뭔가 콧바람을 쐬는 것 같아서 환기가 됐다. 그렇게 별탈 없이 하루가 간다고 생각했다. 저녁 수유를 준비하며 아내는 내게 슬이 분유를 타달라고 했고 나는 늘 하던대로 분유포트에서 물을 받았다. 물의 온도는 40도씨를 넘어서 50도씨 정도였고 물이 뜨거우니 좀 식혔다가 분유를 타겠다고 했다. 여기까지 아무 문제 없었다. 늘 비슷하게 일어났던 일이니까. 40도씨 정도로 식힌 분유를 아내에게 건냈고 아내는 슬이에게 수유를 했다. 잠깐 먹던 슬이는 이내 분유를 뱉어내고 말았다. 우웩... 사실 이런 소리도 안났다. 아기들은 그냥 물 틀어놓은 것 처럼 토사물을 뱉어낸다. 그래도 무.. 2022. 6. 21. 부정맥이 있는 신생아, 즉시 병원 0016 태어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는 검사를 받았다. 거기에서 부정맥 소견이 있어서 검사를 받아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리원으로 이동해서도 조리원 회진 의사 역시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듣더니 부정맥이 크게 잡힌다고 했다. 소아 심장병원을 알려줄테니 최대한 빨리 예약을 잡으라고 했다. '최대한 빨리' 이 말이 사람을 의식이 있는 동안은 계속해서 압박해 왔다. 아내가 몇몇 병원을 비교해보고 한 대학병원 의사가 심장을 잘 본데서 거기로 예약을 했다. 최초 검사 시점은 생후 11일이 되는 날이었다. 너무나도 작은 아기를 안고 들고 장모님과 함께 4명이서 병원을 찾았다. 의사를 만나기 전에 접수부터 초음파 검사, 심전도 검사를 해야했고 코로나 시국이라 혼자만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는 아기가 그런 부분에서도 .. 2022. 6. 9. 2개월 아기 안아서 낮잠 재우는 아빠 0015 낮에는 아내가 치과를 다니거나 산후 마사지 등의 일정으로 외출을 했다. 그렇기에 아내가 돌아올 때까지는 온전히 딸과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이리 안아주고 저리 안아주고 딸랑이와 동요로 놀아주고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지치게 된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고 딸은 인생이 처음이다 보니 서로 서툴러 사이가 틀어지는 때가 종종 있었다(이건 그냥 나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다.). 육아에 대해 잘 모르니 딸에게 어떻게 대해주어도 울음바다가 된다던가. 그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걸 다 해보았는데도 짜증을 부린다던가. 그럴 때 마다 나는 나 자신과 딸에게 짜증의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도 아빠란 존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안아주고 먹여주고 진땀 나지만 달래주려고 애쓰는 게 전부였다. 딸 아이를 .. 2022. 5. 4. 머리에 나비가 앉아야 하는 이유 0014 아기를 만난 후 축하와 함께 간혹 들은 소리는 '남자아기' 같다는 말이었다. 여자아기였기에 아빠를 닮았다고 하는 말도 살짝 서운하긴했는데 아기에게 장군감이라는 둥, 남자아기 같다는 둥 하는 이야기는 좀 불편했다. 과민하게 받아드리는 것일 수도 있는데 내 아기(여자)다 보니까 예쁘다는 말이 더 듣고 싶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강요해서 내 새끼 예쁘다고 해줘요 할 수 없으니까. 하긴 나조차도 좀 남자애 같아 보일 때도 있었으니까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긴 했다. 객관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구나 싶어서 그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속에서 뜨끈하게 올라오는 죄책감 같은 것이 있었다. 태어났을 때 머리숱이 풍부한 것과 이목구비 비율이 좋은 것을 빼면 붉은 피부의 녀석이 남자아기 같다고.. 2022. 4. 15. 아기가 손싸개를 벗으면 블루치즈가 만들어진다. 0013 아기가 태어나고 처음 엄마(할머니)가 아기를 보러 왔을 때(코시국이라 늦게 만날 수 밖에 없었다.) 엄마는 이제 손싸개 를 벗어도 된다고 했다. 그동안은 손싸개를 계속 해줬다. 전에 얼굴을 한 번 긁었던 역사도 있었기 때문에 혹시 또 모르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손을 빠는 게 정서적으로나 발달적으로나 좋다고 하니 손싸개를 벗기기로 했다. 손싸개를 하고 있을 때도 그랬지만 땀이 꽉 차도록 주먹을 꽉 쥐고 있기 때문에 저녁에 목욕 할 때 즈음이면 손에서 시큼시큼 하거나 퀴퀴하게 치즈 냄새가 났다. 나는 좀 무던해서였을까 아니면 애들이 다 그렇지 뭐 이렇게 생각해서였을까 크게 게의치 않았다. 하지만 가끔씩 보는 사람들은 그 포인트가 좀 강렬하게 다가왔는지 '슬이 손에서 블루치즈 냄새나'.. 2022. 4. 7. 낮잠은 왜 누워서 자지 않는 걸까? (feat. 등센서) 0012 육아휴직 중에 최대한 육아에 참여하려고 낮동안 아내를 쉬게 하고 슬이를 보려고 애썼다. 먹고 자고 싸는 것만으로도 박수 받는 존재가 낮에 자는 것을 상당히 어려워했다. 잠이 몰아치는 기분에 싫증도 내고 짜증도 내면서 잠은 자려고 하지 않았다. 잠을 자보라며 바닥에 뉘여놓는 것도 싫고 역류 방지 쿠션 위에서 누워 잠드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낮부터 스와들업 입히기는 너무 답답해 보여서 내가 싫었다. 안아서 둥가둥가 해주다보면 잠 들듯 안드는 묘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 같았다. 잠이 오면 폭~ 기대서 자면 되는데 힘도 별로 없는 녀석이 낑낑대며 기대려고 들지는 않았다. 신뢰의 문제인지 편안함의 문제인지 고민은 됐지만 어떻게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아기를 재워서 눕히려고 들면 아기 몸에 있는 수평.. 2022. 3. 31.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