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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침독 주의, 주먹고기는 귀여워 0011 40일 정도가 됐을 때 엄마(나의 엄마)가 이제 손싸개는 벗겨도 된다는 말에 슬이의 손싸개를 벗겨주었다. 손싸개를 벗고 나니 포장을 벗긴 음식처럼 자연스레 입에 손을 가져갔다. 아기들이 손을 빠는 것이 본능인 것인지 그냥 심심해서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아기를 보고 있으면 주먹고기를 할 때의 모습이 너무 귀엽다. 손도 작고 입도 작은데 주먹을 물고 빨고 핥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괜히 흐뭇해진다. 게다가 아직은 몸을 쓰는 것이 서툴러서 인지 입 앞에서 손을 휘저으며 얼굴도 한번씩 닦고 하는 모습에 또 한번 흐뭇해진다. 허둥대며 용쓰는 모습마저 귀엽다니...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지 얼굴에 태열같은 것이 올라왔다. 태열인가? 침독인가? 잘 모르는 피부병인가? 주변에 먼저 선배가 된 친구들에게 .. 2022. 3. 23.
육아에도 적용되는 질량보존의 법칙 0010 엄마가 어떻게 찌운 살인데... 하는 아내의 소회와 실망감 섞인 목소리에서 걱정이 느껴졌다. 나는 그 무게를 온전히 너에게 전달한 것일까? 2개월이 좀 지난 시점 아빠가 빠진 무게만큼 아기의 몸무게가 늘었다. 세상에 태어나 모든 게 새롭고 낯설을 슬이는 잘 먹고 잘 싸고 잘 지내는데 아빠는 육아가 처음이라는 이유로 꺼칠해졌다. 새벽에 일어나서 수유 한 번 하고 낮동안 놀아주고 같이 멍때리고 기저귀 갈아주고 이렇게 저렇게 아이랑 시간을 보내다보면 밥 먹을 생각을 못하게 되고 딱히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그러는 중 아내가 주는 커피는 가뭄에 단비 같았다. 커피만 마셔도 충분했다. 아기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고 울기라도 하면 멘탈이 요동을 쳤다. 더불어 다른 곳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있어서 그런지 딱.. 2022. 3. 15.
아빠의 육아휴직은 끝 0009 절대로 길지 않은 육아휴직을 끝내려다 보니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뭔가 남겨줄 만한 것이 있을까? 매 순간순간 울고 웃으며 육아했던 나와 아내 그리고 그 속에서 생존해야했던 우리 아기. 낙서를 일삼는 사람이 뭘 해줄까 싶어 낙서를 해주기로 했다. 남들 말하는 육아일기 같은 것 말이다. 나를 위해서 너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 아이가 태어나고 산부인과에서 3일, 조리원에서 2주, 네 외갓집에서 2주, 산후조리 도우미 이모님과 2주 그리고 나, 아빠의 차례가 왔다. 더 길게 육아 휴직을 해보고 싶었지만 나는 작은 회사를 다니고 있기에 회사 방침에 따라 한달의 시간만 가질 수 있었다. 새벽 마다 엄마와 교대로 잠에서 일어나 새벽 수유 등 아기를 돌봤고, 여러가지 검사와 회복을 위해 병원을 .. 2022. 3. 7.
백일의 기적을 가져오는 아기, 통잠인가? 0008 때는 육아휴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이때라도 최대한 아기를 잘 보려고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아빠는 외로운 존재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기를 키우는 게 쉽지 않음을 느끼게 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우리부부는 서로 번갈아가며 아기를 보고 쉬고를 반복했다. 낮잠을 재우는 것은 고난의 연속이라도 나도 깨어있는 시간이니 참을만 했다. 문제는 밤잠이었는데 모든 부모가 그렇듯이 백일이 기적이 언제쯤 일어날까? 혹시 더 일찍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당연히도 수면의 질이 곧 삶의 질이기 때문이다. 잘 자야 낮동안 더 생산적이고 활동적으로 일할 수 있고 일단 피곤하지 않으면 짜증이 적다. 40일을 넘을 시점부터 아기 수면교육을 해보려고 공부를 했다. 공부라고 해.. 2022. 2. 23.
딸랑이는 이것을 잘 하는 사람이기도 해 0007 아기가 칭얼대면 어떻게든 기분을 풀어주려고 부모들은 노력하기 마련인 듯 하다. 또 아기의 웃는 얼굴 한 번 보기 위해서 엄청 재롱을 떨게 된다. 지인으로부터 받은 출산 선물, 딸랑이 세트. 딸랑딸랑~ 아이 눈 앞에서 흔들면 움직임을 인직하는 것인지 소리에 홀리는 것인지 쳐다보고 정신을 뺏겨 칭얼거리던 것을 까먹는 것 같다. 이 날은 심심해 보이는 딸을 위해 아내가 딸랑이 장난감을 가지고 아이랑 놀아주는 모습을 목격했다.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보니 귀여운 포인트가 있어서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게 되었다. 이렇게 어린 아이에게 세상은 이렇단다라는 조기교육의 현장을 봐버린 것이다. 웃음이 나오면서도 틀린 말은 아니기에 웃으며 그 귀여운 장면을 즐겼다. 딸랑이 아부를 잘하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긴 하지 .. 2022. 2. 20.
매운맛 마늘 쪽쪽이 0005 쪽쪽이를 사용할지 말지 때문에도 아내와 미묘한 갈등이 있었다. 아내는 아기가 쪽쪽이에 많이 의지하게 될까봐 좀 더 늦게 사용하고 싶어했다. 반대로 나는 우리가 주지 못하는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좀 써보면 안될까? 였다. 아기를 재우려고 눕혀놓으면 낑낑거리며 불편해 하는 것을 잘 달래지 못했던 그 시절 결국 우리 부부는 쪽쪽이를 써보기로 했다. 빨려는 욕구가 있어서인지 쪽쪽이를 빨고 있으면 칭얼거림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쪽쪽이(공갈 젖꼭지)를 며칠 쓰다보니 씻어놓고 살균건조하고 또 사용하고 2~3개를 가지고 번갈아가며 아기에게 물렸었다. 별도의 보관 케이스도 없었기에 살균기 안에 없으면 서로 물어보고 찾아야했다. 그렇게 쪽쪽이를 며칠 물리던 사건의 날(?),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아빠를.. 2022. 2. 14.
아기가 모빌을 봐야할 때 0004 슬이가 태어난지 한달 정도가 되었을 때, 무척 더운 여름날이었다. 슬이를 봐주시던 도우미 이모님께서 아기가 '보는' 것 같다며 집에 모빌이 있냐고 물었으나 아직까진 볼때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집에 모빌은 없었다. 이모님께선 모빌이 없으면 어떻게 하냐며, '슬이가 이렇게 잘 보는데' 빨리 구해오라고 다그치셨(?)기 때문에 아내는 바로 당근으로 동네를 뒤졌고 마침 동네에 모빌을 매물로 내놓은 사람이 있었다. 내가 없었기 때문에 아내가 더위를 뚫고 모빌을 들쳐메고 당근해왔다고 전해진다. 생후 3개월 정도 되어야 본다고는 하는데 진짜 보는 것인지 보호자들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보는 것 같기에 고생해서 모빌을 가져온 보호자는 뭔가 뿌듯하다(물론 아내덕에). 여름날 당근해온다고 고생한 엄마, 수고 많.. 2022. 2. 13.
K지하철 빌런 도감 지하철관음증 X 지하철빌런 시리즈물 나약한 자여 지하철을 탈 자격이 있는가? 001 비스트 마스터 조기 축구하는 날인데 녀석들을 봐줄 사람이 없어서 데려가는 것이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이 토끼의 이름은 뭔가?' 라고 묻는 할아버지의 질문에 "이 토끼의 이름은 '샤를로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옅은 탄식과 함께 할아버지의 눈에는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머리 위의 새가 신경쓰인 것 같았다. 자네 머리 위의 새는 이름이 뭔가? 라고 물었을 때, '새요?' 라고 되묻곤 깜짝 놀라며 나자빠졌다면 컬투쇼 사연진품명품의 한장면 같았을 텐데 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학교에서 후배가 며칠동안 키웠던 토끼 '샤를로또'가 생각났다. 전선을 갉아먹고 여기저기 똥도 많이 싸던 녀석이었는데 학교잔디밭에 풀어준 뒤로는 볼 .. 2022. 2. 10.
아기 손톱은 생각보다 날카롭다. 0004 사고는 정말 순식간에 예기치 못하게 일어난다. 잠깐 분유를 타는 사이 어떻게 얼굴이 긁혔는지 깊어 보이는 상처에 속상하면서도 아기가 안타까우면서도 보호자 스스로에겐 화가 났다. 아기한테 눈을 뗄 수가 없는 것이구나를 이렇게 배우게 되었다. 아기 손톱을 잘라줘야 하는데 하는데 했던 게 이렇게 크게 돌아올 줄 몰랐다. 그렇게 길지 않다고 생각했고 속싸개에 잘 싸여져 있고 아기는 항상 주먹을 쥐고 있으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한 것은 안 괜찮은 것이었다. 자기 손톱에 긁힌 건 흉이 안생긴다는 어른들 말씀, 우리 애는 또 긁었다는 친구들의 이야기. 상처를 몇번 더 보고 나면 익숙해지겠지만 정말 죄책감 드는 순간이었다. 이 이후 한동안은 상처 한번 보고 손톱 한번 보고 손 잘 싸여져있나 한번 더 보고 역시 .. 2022. 2. 10.
아빠는 세신사, 아기 목욕은 어려워 0003 아내가 조리원에서 나오면서부터는 아기를 씻기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유튜브를 보며 몸과 마음의 준비를 했다. 막상 아기를 씻기려고 하니 묘하게 무섭기도 하고 긴장이 되기도 했다. 게다가 촬영까지 당했다. 신기하게도 처음 씻기는 날에는 아기가 뭘 몰라서 그런 것인지 처음 겪는 손길이라 당황한 것인지 실제로 편했던 것인지 울지 않았다. 그래서 씻기고 나서 스스로를 기특해 하며 뿌듯한 맘으로 내 새로운 재능을 찾은 것일까? 생각도 하게 되었지만 그다음 날부터 목욕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울음으로 알려주는 우리 딸. 그렇게 우여곡절의 2주를 지나 처가댁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오셨다. 도우미 이모님께 목욕에 대해서 질문을 드렸더니 보여주시겠다며 본인의 목욕실력을 뽐내셨다. 뭔가.. 2022. 2. 9.
조리원으로 간 날 (첫 비) 0002 딸이 지낼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날은 비가 내렸다. 태어난 지 3일 만에 첫 비를 마주한 아기, 그게 걱정되는 부모. 코시국이라 외출마저 제한된 산부인과에서 이틀을 보내고 조리원으로 이동해야 했다. 처음에 예약했던 조리원은 갑작스레 몰려온 산모들로 인해 며칠을 대기했다가 오라고 해서 다른 조리원으로 옮겼다. 조리원에서는 보호자 첫끼를 주지 않는데서 입실 전에 부리나케 햄버거를 사 왔다. 햄버거는 나의 애착 음식 같은 것이니까 불만은 전혀 없다. 오히려 좋다. 조리원으로 넘어와서 며칠 만에 씻는 것도 좋았고 좀 쾌적하게 쉰다는 생각에 이곳은 아빠에게도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좀 심심한 거 빼면... 아기는 면회 시간에 방으로 왔고 그 이외에는 유리 창 너머로만 볼 수 있었다. 첫 면회 와서 속싸.. 2022. 2. 9.
아기와 조우한 날 (도담이의 탄생, 출산) 0001 새벽에 어설피 잠에서 깨어 거실 바닥에 누워 깜빡 잠이 들었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아내가 나를 불러왔다. "자기야 양수가 터졌어요." !!! 그 어떤 알람보다도 선명하게 나를 깨웠다. 예정일보다 일주일 정도 빠른 시점이었지만 병원에서는 바로 오라고 했다. 대비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아내의 지휘 아래 허겁지겁 챙겨서 나갔다. 차는 이중 삼중 주차로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택시를 불러 산부인과로 갔다. 도착하자마자 격리되어서 처음으로 간이? PCR 검사도 했다. 결과가 나오는 사이 본가와 처가댁에 상황을 알리고 음성 확인 후 아내에게 갔다. 기나긴 진통은 그때부터 시작이었고 무슨 날이었는지 몰라도 병원에는 산모들이 엄청 많아서 아내가 잘 케어 받지 못하는 상황에 안절부절못했다. 간호사.. 2022. 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