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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2주일도 못되어 검진을 받고 3개월 뒤에 다시 보기로 했던 것이 금새 그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 시간이 다시 오기까지 걱정은 하루하루 희석되어서 우리 아기가 아픈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항상 느끼는 부분이지만 인간은 참 간사하다. 병원을 가기 며칠전이 되어서야 다시금 걱정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많이 좋아졌겠지? 심장에 문제가 있으면 기운이 없고 잘 못 먹고 그런다고 하던데 우리 아기는 가끔 기운이 없어 보이긴 했지만 늘 잘 먹고 잘 싸고 잘 잤기 때문에 많이 좋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눈에 보이는 아기의 모습이 그렇기 때문에 걱정을 좀 덜 하지 않았나 싶다.
병원 검진을 앞두고 걱정되는 부분은 바로 '금식'이었다. 아주 신생아 때와는 다르게 금식한 상태로 초음파 검사를 해야한다고 했다. 첫 검진 이후에 한 친구에게만 슬이가 아프다는 사실을 공유했다. 출산 전 부터 육아나 산모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고 조언을 얻은 친구라 이번에도 마음 한켠으로 의지를 하고 있었다. 이 친구의 아기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고 했고 노하우를 슬쩍 물었다. 공복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자기전에 양껏 먹이고 최대한 아침 일찍 검사를 받는 것이었다. 오후 진료는 바꿀 수 없어서 검사만 오전으로 변경했다.
배가 고파서 울법도 한데 눈치가 참고 있는 것인지, 어제 밤 수유가 넉넉했던 것인지 잘 참고 있어줬다. 초음파 검사를 들어간 때부터 다시 마음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울렁거렸다. 괜찮겠지? 괜찮을꺼야?... 걱정하며 기다렸다. 첫 검사 때 가냘프고 작은 몸이 3개월 됐다고 제법 살이 올랐다. 그런데 그런 몸에 심전도 검사를 한다고 기구를 이것 저것 끼워 놓으니 다시 가냘프게 보이는 것이 안쓰러운 것은 매한가지였다. 인상은 잔뜩 쓰고 있었지만 울지 않는 모습에 기특하고 고마웠다.
검사를 마치고 결과와 의사 소견을 듣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려야했다. 우리는 근처에 숙소를 잡아 놓고 슬이 수유를 하고 우리도 요기를 했다. 기특하니 맘껏 마시고 푹 쉬렴... 떡볶이를 씹으며 마음을 좀 가라 앉히고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풍경을 좀 보고 멍 때리며 또 생각했다. '별 일이야 있겠어? 저렇게 잘 먹고 그러는데...'
진료 시간이 다가왔고 우리는 담당의를 만났다. 의사는 좋은 소식이라며 슬이의 검사 결과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심장에 생긴 큰 구멍은 거의 막혔고 일부 막히지 않은 부분은 차차 막힐 것으로 예상되며 맥박도 정상이라고 해줬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이제 괜찮습니다.'라는 의사의 말에 왜 그렇게 연신 고맙다고 하는지 몸으로 체험했다. 저 말이 너무 듣고 싶었고 저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의사 뿐이니까... 의사 선생님한테 고맙다고 말했다. 본인이 한 건 사실 없고 다 슬이가 힘내서 이렇게 좋아진 거라고 말했다. 그렇긴 하지만 그걸 판단해서 말해주는 것도 의사니까. 이래서 전문직이 괜히 전문직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그렇게 검사 결과를 듣고 예약은 3년 뒤로 잡았다. 그게 가장 길게 잡을 수 있는 예약이라고 했다.
기쁘게 안도하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슬이에게 고맙다고 말해줬다. 이제 금식 끝났으니까 양껏 마시렴... 옆에서 나보다 더 마음 쓰고 고생한 아내한테도 너무 고마웠다. 그러면서 건강하게 자라렴 그렇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라며 자신 할 수 없는 말을 또 해본다.
D+90 : 두근두근두근두근
힘내줬구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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