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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슬이야기23

2개월 아기 안아서 낮잠 재우는 아빠 0015 낮에는 아내가 치과를 다니거나 산후 마사지 등의 일정으로 외출을 했다. 그렇기에 아내가 돌아올 때까지는 온전히 딸과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이리 안아주고 저리 안아주고 딸랑이와 동요로 놀아주고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지치게 된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고 딸은 인생이 처음이다 보니 서로 서툴러 사이가 틀어지는 때가 종종 있었다(이건 그냥 나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다.). 육아에 대해 잘 모르니 딸에게 어떻게 대해주어도 울음바다가 된다던가. 그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걸 다 해보았는데도 짜증을 부린다던가. 그럴 때 마다 나는 나 자신과 딸에게 짜증의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도 아빠란 존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안아주고 먹여주고 진땀 나지만 달래주려고 애쓰는 게 전부였다. 딸 아이를 .. 2022. 5. 4.
머리에 나비가 앉아야 하는 이유 0014 아기를 만난 후 축하와 함께 간혹 들은 소리는 '남자아기' 같다는 말이었다. 여자아기였기에 아빠를 닮았다고 하는 말도 살짝 서운하긴했는데 아기에게 장군감이라는 둥, 남자아기 같다는 둥 하는 이야기는 좀 불편했다. 과민하게 받아드리는 것일 수도 있는데 내 아기(여자)다 보니까 예쁘다는 말이 더 듣고 싶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강요해서 내 새끼 예쁘다고 해줘요 할 수 없으니까. 하긴 나조차도 좀 남자애 같아 보일 때도 있었으니까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긴 했다. 객관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구나 싶어서 그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속에서 뜨끈하게 올라오는 죄책감 같은 것이 있었다. 태어났을 때 머리숱이 풍부한 것과 이목구비 비율이 좋은 것을 빼면 붉은 피부의 녀석이 남자아기 같다고.. 2022. 4. 15.
아기가 손싸개를 벗으면 블루치즈가 만들어진다. 0013 아기가 태어나고 처음 엄마(할머니)가 아기를 보러 왔을 때(코시국이라 늦게 만날 수 밖에 없었다.) 엄마는 이제 손싸개 를 벗어도 된다고 했다. 그동안은 손싸개를 계속 해줬다. 전에 얼굴을 한 번 긁었던 역사도 있었기 때문에 혹시 또 모르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손을 빠는 게 정서적으로나 발달적으로나 좋다고 하니 손싸개를 벗기기로 했다. 손싸개를 하고 있을 때도 그랬지만 땀이 꽉 차도록 주먹을 꽉 쥐고 있기 때문에 저녁에 목욕 할 때 즈음이면 손에서 시큼시큼 하거나 퀴퀴하게 치즈 냄새가 났다. 나는 좀 무던해서였을까 아니면 애들이 다 그렇지 뭐 이렇게 생각해서였을까 크게 게의치 않았다. 하지만 가끔씩 보는 사람들은 그 포인트가 좀 강렬하게 다가왔는지 '슬이 손에서 블루치즈 냄새나'.. 2022. 4. 7.
낮잠은 왜 누워서 자지 않는 걸까? (feat. 등센서) 0012 육아휴직 중에 최대한 육아에 참여하려고 낮동안 아내를 쉬게 하고 슬이를 보려고 애썼다. 먹고 자고 싸는 것만으로도 박수 받는 존재가 낮에 자는 것을 상당히 어려워했다. 잠이 몰아치는 기분에 싫증도 내고 짜증도 내면서 잠은 자려고 하지 않았다. 잠을 자보라며 바닥에 뉘여놓는 것도 싫고 역류 방지 쿠션 위에서 누워 잠드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낮부터 스와들업 입히기는 너무 답답해 보여서 내가 싫었다. 안아서 둥가둥가 해주다보면 잠 들듯 안드는 묘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 같았다. 잠이 오면 폭~ 기대서 자면 되는데 힘도 별로 없는 녀석이 낑낑대며 기대려고 들지는 않았다. 신뢰의 문제인지 편안함의 문제인지 고민은 됐지만 어떻게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아기를 재워서 눕히려고 들면 아기 몸에 있는 수평.. 2022.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