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2
백일이 지나고 나서 매일 매일 아기의 얼굴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느날은 내가 보이기도 하고 아내가 보이기도 하고 엄마가 보이기도 하고 장인 장모님이 보이기도 했다. 내 동생들과 아내의 동생들의 얼굴이 보이기도 했고 심지어는 내 외할머니의 얼굴이 보일 때가 있어서 흠칫 놀라기도 하고 유전자라는 게 이렇게 무서울 수 있구나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 집에서는 나의 애기 때 모습을 알고 있고, 아내의 집에서는 아내의 애기 때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양가에서는 각각 '우리 아들을 닮았네~', '우리 딸을 닮았네~' 이렇게 말했다. 신기하게 그도 그럴 것이 아내의 애기 때 사진이나 나의 애기 때 사진을 보면 서로 닮지 않았지만 딸을 보고 나면 둘의 얼굴이 모두 닮긴 했다.
'그래 너는 나의 딸이니까 나를 닮는 게 맞긴 하지.' 하지만 너무 많이 닮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콩심은 데 콩나고 팥심은 데 팥 난다고 나와 아내가 만났는데 어찌 원빈이나 이나영이 나오겠는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를 닮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얼굴을 부분적으로 뜯어보면 나를 닮은 부분과 아내를 닮은 부분이 좀 명확하게 구분이 됐다. 외탁을 한 부분은 하관쪽이고 코 위쪽으로는 친탁을 한 것으로 보였고 그 중 가장 신기한 부분은 눈이었다.
나와 아내의 눈매는 생김새가 완전 반대인데 아내는 눈꼬리가 올라간 눈매를 가졌다면 나는 항상 졸린 듯한 처진 눈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딸의 눈매는 과연 어떻게 될까 내심 궁금했었다. 딸은 처음에 내 눈매에 아내의 속눈썹을 가진 듯 했는데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내 눈매와 아내의 눈매를 모두 가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통 때 앉아 있거나 안고 있을 때 눈꼬리는 중력 방향을 처지면서 내 눈매를 닮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아기가 눈을 감고 있거나 누워있게 되면 신기하게도 눈매가 하늘로 솟구쳐 올라가면서 엄마 눈매를 닮게 되는 것을 보고는 참 신기했다. 보너스로 아기는 내 속눈썹을 유전자는 잘 챙겼는지 속눈썹이 점점 길어지더니 이제는 엄마보다 길어질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아빠가 딸에게 줄 수 있는 게 속눈썹이 다 였는데 받아가서 다행이다.ㅋㅋㅋ
더 지켜보자 딸이니까 엄마나 이모 고모를 더 닮기를 바란단다.
D+103 : 누구를 닮았나
이래서 씨도둑질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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