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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태어나고 처음 엄마(할머니)가 아기를 보러 왔을 때(코시국이라 늦게 만날 수 밖에 없었다.) 엄마는 이제 손싸개 를 벗어도 된다고 했다. 그동안은 손싸개를 계속 해줬다. 전에 얼굴을 한 번 긁었던 역사도 있었기 때문에 혹시 또 모르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손을 빠는 게 정서적으로나 발달적으로나 좋다고 하니 손싸개를 벗기기로 했다. 손싸개를 하고 있을 때도 그랬지만 땀이 꽉 차도록 주먹을 꽉 쥐고 있기 때문에 저녁에 목욕 할 때 즈음이면 손에서 시큼시큼 하거나 퀴퀴하게 치즈 냄새가 났다. 나는 좀 무던해서였을까 아니면 애들이 다 그렇지 뭐 이렇게 생각해서였을까 크게 게의치 않았다. 하지만 가끔씩 보는 사람들은 그 포인트가 좀 강렬하게 다가왔는지 '슬이 손에서 블루치즈 냄새나'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블루치즈가 뭔지 찾아보고 처는 놀리지 말라며 반격하고 그랬었다. 손싸개에서 벗어나도 슬이는 손을 맘대로 쥐었다 폈다를 할 수 없었기에 계속 주먹을 쥐고 있었고 손가락도 아닌 주먹을 빨아댔다. 우리는 이를 주먹고기한다고 했고, 어쩌다 손가락을 빨고 있을 때면 그것을 (손)가락국수 먹는다고 표현했었다. 그럴 때에 손가락 사이사이로 침투했던 침과 손의 땀이 치즈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짓궂은 외할머니와 이모의 놀림 덕에 슬이 손을 자주 보게 되었고 목욕시간이면 더 신경 써서 손을 닦아주게 되었다. 손싸개를 벗은지 한달이 좀 지나서였을까? 슬이는 손을 가끔씩 펼 수 있는 아기로 조금 더 성장하였고 그래서였을까. 블루치즈 냄새도 서서히 희미해졌다. 돌아보면 치즈를 만들던 그 손이 그립기도 하다. 발효 숙성한 음식이 왜 '찐'팬이 있는지 알 것 같다.
D+86 : 블루치즈
아기가 다 그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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