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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쪽이를 사용할지 말지 때문에도 아내와 미묘한 갈등이 있었다. 아내는 아기가 쪽쪽이에 많이 의지하게 될까봐 좀 더 늦게 사용하고 싶어했다. 반대로 나는 우리가 주지 못하는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좀 써보면 안될까? 였다. 아기를 재우려고 눕혀놓으면 낑낑거리며 불편해 하는 것을 잘 달래지 못했던 그 시절 결국 우리 부부는 쪽쪽이를 써보기로 했다. 빨려는 욕구가 있어서인지 쪽쪽이를 빨고 있으면 칭얼거림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쪽쪽이(공갈 젖꼭지)를 며칠 쓰다보니 씻어놓고 살균건조하고 또 사용하고 2~3개를 가지고 번갈아가며 아기에게 물렸었다. 별도의 보관 케이스도 없었기에 살균기 안에 없으면 서로 물어보고 찾아야했다. 그렇게 쪽쪽이를 며칠 물리던 사건의 날(?),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아빠를 까먹지 않았는지 인사를 하고 씻기고 분유를 먹이면서 우리 가족의 하루를 정리하고 있었다. 반복되는 삶에서 아기 역시 자기 몫을 하고 있었다. 찡찡거리며 칭얼거리는 것이었다. 나는 또 쪽쪽이를 찾았고 아내는 쪽쪽이가 담겨있는 통에서 꺼내 주었다. 쪽쪽이를 바로 아기에게 물렸는데 뭐가 맘에 안드는지 바로 뱉어내고 표정도 얼마없는 아이가 이상한 표정을 짓는 게 아닌가. 또 물려봐도 또 인상을 부리며 뱉어내었다. 왤까 싶어서 쪽쪽이를 집어 드는 데 마늘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그제 서야 우리는 쪽쪽이를 담아두는 통의 원래 용도를 기억해냈다. 다진 마늘을 담아두던 통이었는데 낮에 집안 일을 좀 봐주시던 산후도우미 이모님께서 아기 젖병 세척 후에 비어있던 통에 쪽쪽이를 넣어두시고 '여기 모아두면 편해요'라고 하셨던 것 같다. 모두의 불찰로 슬이는 생애 처음으로 매운맛을 보게 된 것이다. 딸아 이건 절대적으로 사고였단다. 소를 또 잃어 봤으니 우리는 외양간을 수리했다. 사용 후의 빈통이라도 통을 용도별로 좀 분류해서 보관하는 것이다. 교훈+1
D+42 : 마늘 쪽쪽이
말도 못하는데 매웠지?
매운게 뭔지 몰랐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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