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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슬이야기

아빠의 육아휴직은 끝

by 중근 2022.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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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길지 않은 육아휴직을 끝내려다 보니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뭔가 남겨줄 만한 것이 있을까? 매 순간순간 울고 웃으며 육아했던 나와 아내 그리고 그 속에서 생존해야했던 우리 아기. 낙서를 일삼는 사람이 뭘 해줄까 싶어 낙서를 해주기로 했다. 남들 말하는 육아일기 같은 것 말이다. 나를 위해서 너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 아이가 태어나고 산부인과에서 3일, 조리원에서 2주, 네 외갓집에서 2주, 산후조리 도우미 이모님과 2주 그리고 나, 아빠의 차례가 왔다. 더 길게 육아 휴직을 해보고 싶었지만 나는 작은 회사를 다니고 있기에 회사 방침에 따라 한달의 시간만 가질 수 있었다. 새벽 마다 엄마와 교대로 잠에서 일어나 새벽 수유 등 아기를 돌봤고, 여러가지 검사와 회복을 위해 병원을 다녀야하는 엄마를 대신해 낮동안 슬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냈다. 낮에 아이를 보는 일이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고 감정적으로도 힘들었다. 분명 이유가 있어서 울었겠지만 초보 아빠는 육아모드 기어를 당황과 긴장에 박아 놓고 있다보니 서툴기 그지 없었다. 그러는 너에게 짜증내고 바로 또 후회하고 달래고 네가 잠든 사이 왜 우는지 어떻게 달래는지 뭘 해야하는지 공부를 하게 되었고 그렇게 너무 작은 딸아이는 서툰 아빠의 실습 대상이었다. 아빠는 공대생이라 프로그래밍이 대로 뭔가 진행되어야 스트레스가 적은데 육아는 다른 차원이어서 반성을 정말 많이 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이 기간동안 아내를 위해 해줄 수 있는게 뭘까? 생각한 끝에 한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 어린 녀석을 데리고 수면 교육이라는 것을 해보자였고 그 과정은 험난했지만 결과는 80점 정도 줄 수 있었다. 너무 힘들어 며칠은 너를 재워놓고 여러가지 수면 교육에 대해서 공부해봤다. (딸이 태어나기 전에 우리 부부는 아이의 행동 중 닮은 쪽에서 그것에 대해 책임지자고 했었기에 잠을 잘 안 자는 것은 나를 닮은 것이므로 내가 책임져 보기로 한 것.) 결국 우리에게 맞는 수면 교육법을 찾은 것인지, 이런 아빠가 가엾고 기특해서 맞춰주는 것인지는 나중에 딸이 알려줬으면 좋겠다. 육아휴직 막바지에 지쳐있는 나에게 지인들의 연락은 잠든 낙서장이를 깨우는 경종 같은 것이었다. 솔직히 육아휴직 중에 육아하면서 쉬엄쉬엄 낙서도 하고 만화도 그려야지 했는데, 돌아보니 너무 건방진 생각이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슬이야기 과연 내가 어디까지 꾸준히 할 수 있을지 ... 그리고 육아휴직 아빠들 꼭 했으면 한다. 소중하다.

 

D+80 : 육아휴직 끝

 

한달간 육아 매운 맛 집중 섭취했는데~ 너무 값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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